김정기의 글동네/시

다락의 계절 / 최양숙

서 량 2011. 9. 29. 04:44

 

다락의 계절

 

                       최양숙

 

 

인생의 다락에 올라

지나간 시간에 떨군 낙엽을 헤쳐본다

켜켜이 쌓여있는 계절 속에

이상 뜨겁지 않은 열정이 흐트러져 있다

소중히 감싸 안았던 자랑도

번져가는 물결처럼 얼룩지고

안타까이 쥐어지지 않던 것도

공중에 흩어진 티끌이 되어버렸다

 

다락은 소리 없이 노래 부른다

버려지지 않는 어린 날의 기억은

다음 세대에 들려주고 싶은 바램이다

다락에는 길이 너무 많아

막다른 골목에 막혀 앉아있기 일쑤다

골목 끝마다 만나는 기억의 합창에

장터를 서성이며 활력소를 들여 마시듯

상자 하나마다에 들리는 노래가

따듯한 생의 기운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