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오 대니 보이

서 량 2008. 10. 3. 04:59

       

       

       제목도 얘기 줄거리도 모르면서
       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에 보는 둥 마는 둥 한
       케이블티브이 영화가 있었지 신선한 흙을 갓 덮은 무덤 앞
       장례식에서 키 큰 남자들 여럿이 굵은 목소리로
       오 대니 보이를 노래했어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 나오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하는 시작 부분을

       영어로 빗소리 속에서 들었다
       산골짜기에서 메아리가 징소리 울리듯이 울렸어
       
       가을이면 꽃이 지고 나뭇잎이 떨어진다
       춤추는 낙엽과 춤추는 낙엽을 주시하는 나와는
       무슨 상호관계일까
       이 무슨 냉정한 관망인가

       

       곧 감정이입의 뜨거운 시각이 올 것이다

       

       

       © 서 량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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