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컬럼| 448. 꿈, 詩, 그리고 無意識

자각몽(自覺夢, lucid dream)에 대하여 생각한다.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두뇌작용이다. 자각몽은 꿈의 내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한다. 8000년 전 티벳의 요가수행에서 출발한 자각몽. 2000년 전 불교수행의 분파로 다시 성행된 자각몽. 1970년대부터 과학적 연구대상으로 대두된 자각몽. 흉측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꾸면서 아, 지금 내가 꿈을 꾸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순간 당신은 혼비백산으로 흩어지는 공포심을 컨트롤하면서 괴물에게 말을 거는 여유가 생긴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는 대담한 질문에 괴물이 잠시 주춤한다. 괴물의 언어감각은 당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 괴물이 위협적인 행동으로 당신을 ..

|잡담| 날씬한 詩와 뚱뚱한 詩

그럴만하게도 됐다. 말을 삼가는 사람보다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듯이 시인들도 詩에서 말을 많이 하는 시인들이 득세를 하는지라, 옛날 詩에 비해 요새 詩는 한 행에 쏟아지는 글자 수가 거의 30자를 넘는 수가 많아. 그래서 詩가 무지기 뚱뚱하고 비대해진 느낌이야. 물론 나도 마찬가지. 날씬한 詩의 시대가 거하고 뚱뚱한 詩의 시대가 내했도다. 그토록 안스럽게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뜻함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간결하고 함축성 있는 말이 안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차분하게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집중력은 다 없어지고 자극적이고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말만 귀에 들어 온다는 말이지. 한 번만 해도 무난하게 귀에 들어 올 수 있는 내용을 한 열 번쯤 이리저리 말을 바꿔가면서, ..

|詩| 농축된 생각이 풀어질 때

詩는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내가 부르면 詩가 내게로 달려오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지 詩가 나인지 내가 詩인지 헷갈려요 둘이서 티격태격 억지를 부리는 대목입니다 두 쪽, 세 쪽, 네 쪽으로 조각나는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당신에게 횡설수설하고 싶어 대화의 엑기스를 파악하기 힘들어요 詩는 대화다 내 상투적 의식의 배경을 없애는 수법으로 내 詩語에 당신의 詩語를 합치는 기법으로 뮤즈의 내실에 노크 없이 들어간다 당신이 연주하는 주제와 변주곡이 멋져요 나는 농축된 詩, 꿈이다 © 서 량 2021.04.2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