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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39. 개가 있는 풍경

‘저 먹기는 싫고 개 주기도 아깝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 자신은 큰 관심도 없는 일이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눈 뜨고 못 보는 인간 심리를 잘 드러낸 말이다. 영어에도 그런 비슷한 표현이 있다. 이솝 우화 중에서 한 개가 저 자신이 여물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약이 올라 여물통 속에 들어가 난동을 부림으로써 다른 동물들이 여물을 못 먹게 했다는 이야기. ‘a dog in the manger (여물통 속의 개)’라는 관용어가 바로 여기서 나왔는데 소위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린다’는 놀부심사다. 자고로 개는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인간의 고약한 심성을 비유하는데 있어서 좋은 샘플이 된다. 미우나 고우나 개는 우리의 공격성을 대변한다. ‘개처럼 일해서 정승처럼 살아라’ 할 때의 개는 아주 원기 왕성한 에너지의..

|詩| 봄이 울고 있다

봄이 혼자 우는 소리를 듣고 있어 봄은 공연히 무서워서 울기도 하지만 제풀에 혼자 좋아서 우는 수도 많대 겨울 내내 쌓이고 쌓인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들이 고놈의 뾰족뾰족한 고드름들이 질질 녹을 즈음 봄에는 개구락지건 종달새건 미나리건 민들레건 줄곧 울어댄대 나도 당신도 같이 울어 볼까 핏덩어리 볼기짝을 탁! 때리면 갓난아기가 소스라치게 울듯 그렇게 으앙! 하면서 우리는 울어도 좋아 진짜야 우리가 봄이 아니면 인제 언제 울겠어 한 여름에 우는 건 말도 안돼 날씨가 텁텁해지면 우리 감성이 드라이해진대 사랑은 봄이나 가을에 태어나야 해 그것도 봄에 함초롬히 솟아나는 새파란 새순이라야 제격이래 © 서 량 2008.03.04

200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