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황재광
갈가마귀 빛 어둠 골목에서
발화한 은하수 빛 가로등 불빛아래
어떤 소리가 탈주한다
외마디 단말마
한쪽 다리가 짧은 남자가 목발로
곱사등이 아내를 타작하듯 후려치고 있다
알처럼 움츠린 그 아내는 그대로 알곡이어서
쭉정이가 날리지 않는다
머리 위로 들어올린 목발 사내는 던져버린다
허공으로
낮아져서 갈곳 잃은 그 여인
대지를 파고든다
평온하다
사내가 그녀의 모난 등위로 가슴을 덮는다
대성통곡한다
"야 이년아 우리 그냥 같이 죽자, !"
어둠이 채색된다
흑암이 불시에 툰드라의 백야가 된다
현현(epiphan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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