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무제 / 황재광

서 량 2019. 10. 26. 23:26

무제


                 황재광



갈가마귀  빛 어둠 골목에서

발화한 은하수 빛 가로등 불빛아래

어떤 소리가 탈주한다

외마디 단말마


한쪽 다리가 짧은 남자가 목발로

곱사등이 아내를 타작하듯 후려치고 있다


알처럼 움츠린 그 아내는 그대로 알곡이어서

쭉정이가 날리지 않는다


머리 위로 들어올린 목발 사내는 던져버린다

허공으로


낮아져서 갈곳 잃은 그 여인

대지를 파고든다 

평온하다

사내가 그녀의 모난 등위로 가슴을 덮는다


대성통곡한다


"야 이년아 우리 그냥 같이 죽자, !"


어둠이 채색된다

흑암이 불시에 툰드라의 백야가 된다


현현(epiphan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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