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별
임의숙
일 년에 두어 번 안부를
주고받는 일 중에는
할머니의 이 빠진 웃음처럼
보름날 허물어지던 흙담벼락 같은
상갓집 인절미 콩고물 묻은
슬픔은 슬프지 않게 나눠먹는 것 같은 소식
내가 등을 토닥여주는 일도
그대가 손을 잡아주는 일도
모두 멀리 있어
눈길이 닿는 하늘에 놓는다.
여우비 잔칫날 국수 그릇, 몰래
커가던 달큰한 막걸리 한 모금 같은
버스 지나간 길, 흙먼지로 번져 오는
그래도 깊게 들여마셔보는 소식
내 것이 아니여도
그대 것이 아니여도
모두 고향으로 길을 내는 일이므로
오래된, 잔잔한 정이 까실해져
밤하늘에 티눈이 돋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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