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시골 별 / 임의숙

서 량 2018. 11. 14. 02:34


시골 별

                          임의숙


일 년에 두어 번 안부를
주고받는 일 중에는

할머니의 이 빠진 웃음처럼
보름날 허물어지던 흙담벼락 같은

상갓집 인절미 콩고물 묻은
슬픔은 슬프지 않게 나눠먹는 것 같은 소식

내가 등을 토닥여주는 일도
그대가 손을 잡아주는 일도
모두 멀리 있어

눈길이 닿는 하늘에 놓는다.

여우비 잔칫날 국수 그릇, 몰래
커가던 달큰한 막걸리 한 모금 같은

버스 지나간 길, 흙먼지로 번져 오는
그래도 깊게 들여마셔보는 소식 

내 것이 아니여도
그대 것이 아니여도
모두 고향으로 길을 내는 일이므로

오래된, 잔잔한 정이 까실해져
밤하늘에 티눈이 돋아 있다.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 없는 말 / 임의숙  (0) 2018.12.19
그리움이 귓속에 살며 / 임의숙  (0) 2018.12.01
S 에게. 2018.10.9. 발인 / 임의숙  (0) 2018.11.02
장마 / 임의숙  (0) 2018.07.17
손 / 임의숙  (0) 201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