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옆집

서 량 2021. 2. 5. 20:01

 

막다른 골목길에서

어린애들이 뛰노는 장면이야

옆집 사람이 집에 없는 저녁 녘

응접실에서 알토 색소폰 소리 들리나 봐요

입술이 아프게, 아무래도 입술이 갈라지도록

고음을 처리하기가 힘이 들었던 모양이지

바람 부는 대로 어쩜 박자도 척척 맞게

머리칼을 휘날리며

어린애들이 줄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건 아주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었어  

비브라토가 가을 햇살로 일렁이면서 더더욱 

스멀스멀 내 앞섶을 파고드네, 나는 중저음의

떨림이 좋아, 작은 실수로 앙칼진 소리라도

내면 절대 안 된다, 하는 듯 알토 색소폰

구성진 멜로디가 울려오는 곳이

꼭 옆집 응접실 같아요 

 

© 서 량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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