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큰 떡갈나무가
내 그림자를 보듬어 주는
한나절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바람 부는 봄날 어느 날
떡갈나무 몸체를 애써
붙잡아주는 내 거동이
이상하다
느슨해진다
키가 큰 떡갈나무가
번쩍이는 해와 달 반대쪽
그 자리에 마냥 우두커니 서서
그냥 그대로 지복(至福)을 누릴 것이야
봄이며 겨울이며 별로 가리지 않고
정신병동 폐쇄병동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은 후 내가
창밖을 내다볼 때
같은 때
© 서 량 2017.05.05 - 202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