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옆방

서 량 2021. 2. 4. 20:43

 

색소폰 소리 같기도 해

미닫이 문이 조심스레 열리는

참 반가운 기척인지도 몰라

들려요, 분명한 저음으로

속 깊은 충격을 감춘 채

바로 옆은 아니지만

옆이 아니더라도

여태 나를 멀리했던 내 유년기

갈대 숲 우거진 해변 소나무 여럿이

듬성듬성 말없이 서있는 곳 같기도 해

바람결 문풍지가 부르르 떨렸는지도 몰라

느껴요, 분명한 테너 색소폰 멜로디가

검푸른 파도로 밀치고 밀리면서

바로 옆에서 귓전을 때리는

이 마구잡이 저음의

엄청난 위세를

 

© 서 량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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