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달팽이 몇 마리

서 량 2019. 3. 25. 20:18

시간이 당신을 아무리 재빠르게 지나친다 해도 이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 봄비가 내리고 있어요 병동 아득한 복도 끝에서 누군가 소리칩니다 몇 알의 신경안정제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 줌 햇살이 내 살갗에 와 닿아요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간간 남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의 나쁜 버릇을 어쩌나 싶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하며 얼굴을 치켜드는 당신이 참 좋아요 나는 기꺼이 허무를 감싸 안는다 습기 그득한 시간시간의 갓길을 천천히 기어가는 연체동물 몇몇을 실눈을 뜨고 보고 있어요 이제는 어엿한 봄이 아닙니까 밖이

 

 

© 서 량 2019.03.2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피아노, 그리고 혼잣말  (0) 2019.05.28
|詩| 안경 쓴 아이린  (0) 2019.04.26
|詩| 새벽에 비행기 한 대가  (0) 2018.12.28
|詩| 임플란트 랩 스타일  (0) 2018.12.10
|詩| 영주권 신청  (0) 2018.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