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이 병원문을 지킨다 눈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몸으로 문 쪽을 살피다가 호감이 가는 병원직원이 열쇠 꾸러미에서 문에 꼭 맞는 열쇠를 찾으려고 쩔쩔맬 때 얼른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준다 아이린은 영혼의 검색창에 ‘진실’이라 써넣는다 나는 그날그날 날씨에 관계없이 문이 열리면 기쁘다 나는 진실보다 ‘사실’을 내세운다 아이린은 누구와 전화를 하거나 무슨 문서를 작성할 때 같은 때면 병원직원이 스스로 문을 열게 내버려둔다 가끔씩 아이린이 자리에 없어서 내 손으로 열쇠를 돌려 온몸으로 병원문을 밀치는 동안 아이린의 뿔테 안경이 그립다 봄 폭풍이 심하게 몰아치는 아침에 아이린이 영혼을 구글 검색하다가 버튼을 누르며 내게 굿 모닝 하자 나도 굿 모닝 한다
© 서 량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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