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영주권 신청

서 량 2018. 10. 17. 18:31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는다 하늘에 침묵이 흐릅니다 데이트라도 하면서, 데이트를 하면서 잠깐 옆쪽으로 얼굴을 돌렸다가 남과 몸을 부딪치지 않으려고 다시 앞쪽으로 눈길을 던지는 내 모습이 보인다 비밀을 발설하는 재미에, 비밀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어깨도 나란히 명동 경찰서 앞을 지나친다 제가 설 땅은 어디인가요 성당에서 종소리 뎅뎅, 덩덩, 울리면서 가을바람이 전쟁의 그림자를 부둥켜안고 명동을 가로지릅니다 있는 그대로 말씀하세요 장래를 기약하는 건축자재 모양으로, 반듯한 네모꼴이 차곡차곡 쌓인 증빙서류 첫 페이지에 서명날인하는 내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 서 량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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