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계절
임의숙
풀벌레의 소리 하얗게 묻어버린 새벽
하늘엔 떫은 별빛이 한쪽으로 차갑습니다
민트향 여운이 감도는 서리의 시간
침묵은 떠 있습니다.
초록의 빛들은
노래였을까요? 울음이였을까요?
노랗고 파랗고 붉었던
나무의 휘파람은 단절되었습니다
풍란의 여름은 청춘으로 머물겠습니다만
우리가 키웠던 새의 날개가
덜거덕거리며 쇠구슬 소나기 속으로 날아갔던 동안은
긴 울림이였습니다.
잊지는 않았다고.
어느 기억 속엔들
숨 절인 미련이 남지 않을까만은
풀잎에 이슬이 구르듯
바람에 꽃잎이 뜯기듯, 순간들
지나고 보니 아름답습니다.
나무에서는 풍금 소리가 울림니다
곧 떠날겁니다
잎이 지고 잎이 마르고 잎이 구르고
한 잎 한 잎 밟히는 건반소리
어디로 갈거냐고 묻지는 않을 겁니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나무 / 임의숙 (0) | 2016.12.06 |
---|---|
배추밭 / 임의숙 (0) | 2016.11.23 |
내가 꽃이었다 해도 / 윤지영 (0) | 2016.09.18 |
가을 / 임의숙 (0) | 2016.09.16 |
민달팽이 - S에게 / 임의숙 (0) | 2016.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