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꽃이 무겁다 / 김정기

서 량 2023. 1. 13. 19:18

 

꽃이 무겁다

 

                       김정기

 

양귀비 꽃잎 한 잎 땅에 떨어지니

지구가 기우뚱한다.

꽃 구들에 누어 단잠 자고나서

태워도 줄지 않는 땔감이 되는 꽃에게

말을 건다.

 

그 꽃 머리에 꽂고 손잡던 날이 있었던가

이제 당신 손에 내가 끌려가고

내 손에 당신이 다가오는

성근 머리엔 꽃구름이고

그래도 우리는 화원으로 가자

아직도 풋내 나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초록이 세상을 덮던 대낮

머리에 꽃 꽂아주던 사람이

뒤돌아보아도 그만인 사람같이 떠나버리고

남겨두고 간 흔적

 

땅을 파고 또 파서

기억의 통로에서 버려진 꽃잎 한 장

무거워도 바람이 되어 나른다.

 

© 김정기 201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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