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이라는 숫자
김정기
서서 울고 있다
평생 그는 서있었다
앉거나 누우면
여지없이 허물어지므로
서서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새해가 닥쳐오니
또 한권의 일기장을 9불 99센트에
샀노라고 성탄카드에 썼다
숨어있는 우리말을 찾으려고
9th Avenue 골목길에서
모래로 삭아가는 돌집을 이고
비에 젖어 서 있다
은빛 머리가 더욱 빛나
극치에 도달한 모습으로
겨울의 평화를 땅 위에 내려놓으며
그는 조용히 깨어나고 있다
© 김정기 2015.01.23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형용사 / 김정기 (0) | 2023.01.14 |
---|---|
봄의 혈관 / 김정기 (0) | 2023.01.14 |
샌들을 신은 여자 / 김정기 (0) | 2023.01.14 |
꽃이 무겁다 / 김정기 (0) | 2023.01.13 |
나팔수 / 김정기 (0) | 202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