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아홉이라는 숫자 / 김정기

서 량 2023. 1. 14. 18:10

 

 

 

아홉이라는 숫자

 

                 김정기

 

서서 울고 있다

평생 그는 서있었다

앉거나 누우면

여지없이 허물어지므로

서서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새해가 닥쳐오니

또 한권의 일기장을 9불 99센트에

샀노라고 성탄카드에 썼다

숨어있는 우리말을 찾으려고

9th Avenue 골목길에서

모래로 삭아가는 돌집을 이고

비에 젖어 서 있다

 

은빛 머리가 더욱 빛나

극치에 도달한 모습으로

겨울의 평화를 땅 위에 내려놓으며

그는 조용히 깨어나고 있다

 

© 김정기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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