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송 진
팡파르의 금속성 여운이 가시기 전에
나는 나를 완성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에서
종착점이 바라다보이는 갓길에서
잠시 숨 고르는 사이
내가 아닌 나에 대하여 최대한 애정을 머금고
내가 밀어낸 내가
내가 버린 여자의 남루한 옷에 가려진 흰
속살을 그리워하는 코요테 같은
나를 저버린 나를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고해성사의
좁은 밀실에 처박아 놓고 학대하는, 나
해가 떠도 녹지 않는 겨울 빨래처럼
응어리진 상처들을 눈사람처럼 굴리는 쇠똥구리
태풍에 찢긴 필리핀 난민들이
박살난 집을 향하여 통곡하는 장면을 보며
반찬이 너무 짜다고 투정하는
시각장애인 걸인 앞에 지폐 한 장을 공손히 놓으며
제발 그가 정말 맹인이기를 바라는, 나
실타래 같은 미로에 얽힌 내가 너무 무거워
스토리지에 잠시 맡기려 해도 아이디가 모호한
나는 분실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는
꽃다발과 함께 단상에 오른 나는
내 눈길을 피하며 결국 무너져버리고 마는군요
표정 없는 비석의 묘비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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