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귀향 / 송 진

서 량 2014. 9. 30. 20:10


귀향 

 

                            송 진

 

 

팡파르의 금속성 여운이 가시기 전에

나는 나를 완성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에서

 

종착점이 바라다보이는 갓길에서

잠시 숨 고르는 사이

내가 아닌 나에 대하여 최대한 애정을 머금고

 

내가 밀어낸 내가

내가 버린 여자의 남루한 옷에 가려진 흰

속살을 그리워하는 코요테 같은

 

나를 저버린 나를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고해성사의

좁은 밀실에 처박아 놓고 학대하는, 

 

해가 떠도 녹지 않는 겨울 빨래처럼

응어리진 상처들을 눈사람처럼 굴리는 쇠똥구리

 

태풍에 찢긴 필리핀 난민들이

박살난 집을 향하여 통곡하는 장면을 보며

반찬이 너무 짜다고 투정하는

 

시각장애인 걸인 앞에 지폐 한 장을 공손히 놓으며

제발 그가 정말 맹인이기를 바라는, 

 

실타래 같은 미로에 얽힌 내가 너무 무거워

스토리지에 잠시 맡기려 해도 아이디가 모호한

나는 분실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는

 

꽃다발과 함께 단상에 오른 나는

내 눈길을 피하며 결국 무너져버리고 마는군요

 

표정 없는 비석의 묘비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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