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김정기
눈을 감으면 보입니다.
이별이 아깝던 날 청춘의 눈물이
눈을 뜨면 안개 망에 걸려온 저녁 빛
숨지는 햇살에 당신이 가고 다시 오는
질긴 동아줄을 보았습니다.
세상의 산들이 기우뚱하고 흔들릴 때
부서지는 뿌리에 매달린 나무들의 애달픈 사랑
때로는 속을 드러내서 빛나는 최후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풋풋했던 기억의 방에 들어가
드디어 당신을 놓아 주었지요
만지면 모두 하늘이 되는 땅 위의 형체도
이제 놓아버립니다.
막막한 길을 걷는 맑은 피가 균형 잃은 몸을
그래도 받혀 줍니다.
아득해서 더욱 가까운 시간의 눈빛을 마주보며
이 자리가 황홀합니다.
나는 완벽한 흰빛이 되어있습니다.
11월30일
© 김정기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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