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사서함
김정기
강물이 풀리면 봄이 온다네
샛강이 나은 수많은 바람들이 목을 축이며
찰랑이는 물결 위에 눕네
아무 말이 없어도 몸은 풀리고
허물어지는 살결에 새겨진 이름 석자
달려오면서도
일그러지지 않은 문패를 곳곳에 달고
잊어버린 주소 앞에 흘러가네.
강기슭에 부대껴 깨어진 물방울끼리 모여
독한 그리움으로 엉겨 붙고
손 놓아준 강물에게 소식을 물어보네.
어디쯤 모래벌에 웅덩이를 파고
함께 흐르지 못하는 외로움도 묻어두고
뒤에 오는 물결에서 번지수를 찾는
봄 편지.
© 김정기 2014.02.15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에 맨 그네 / 김정기 (0) | 2023.01.12 |
---|---|
꽃 수리공 / 김정기 (0) | 2023.01.12 |
상어잡이 / 김정기 (0) | 2023.01.10 |
현기증 / 김정기 (0) | 2023.01.10 |
전어구이 / 김정기 (0) | 2023.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