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세상
김정기
가끔 물감은 펑펑 쓸어져
몸에 달라붙는다.
회색에 점령당한 채
세상의 색깔은 없어져
오히려 단아하다
청동색 파리 몇 마리 잡고 여름을 떠나보내며
그 색조가 지워지는 떨림을 듣고
새 계절의 만남이 저리고 저리다.
시간이 걷어 간 색채를 돌려받으려
손가락을 펴 회색 그림자를 모조리 지우고
여자는 날마다 새로운 무지개를 그린다.
일곱 가지 빛깔은 계속 회색에게 침범 당해도
털실로 모자 떠서 쓴 랩 가수의 음정처럼
계속 세상은 채색된다.
칠해도 칠해도 세상은 아직 회색
그래도 단풍에 뒤덮여 끝없이 달려갈
회색 세상
© 김정기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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