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회색 세상 / 김정기

서 량 2023. 1. 9. 21:03

 

회색 세상

 

                        김정기

 

 

가끔 물감은 펑펑 쓸어져

몸에 달라붙는다.

회색에 점령당한 채

세상의 색깔은 없어져

오히려 단아하다

청동색 파리 몇 마리 잡고 여름을 떠나보내며

그 색조가 지워지는 떨림을 듣고

새 계절의 만남이 저리고 저리다.

 

시간이 걷어 간 색채를 돌려받으려

손가락을 펴 회색 그림자를 모조리 지우고

여자는 날마다 새로운 무지개를 그린다.

일곱 가지 빛깔은 계속 회색에게 침범 당해도

털실로 모자 떠서 쓴 랩 가수의 음정처럼

계속 세상은 채색된다.

칠해도 칠해도 세상은 아직 회색

그래도 단풍에  뒤덮여 끝없이 달려갈

회색 세상

 

© 김정기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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