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상어잡이 / 김정기

서 량 2023. 1. 10. 20:34

 

상어잡이

 

                     김정기

 

매일 마지막 보는 햇볕과 바람에게 손 흔들며

거친 바다에 뛰어든다

물의 무게를 버티면서 조금씩 잦아든다.

날렵히 헤엄치며 다가온 상어는

얼굴 붉히고 눈 맞추고 돌아갔다. 다시 돌아왔다.

 

황량한 물살에 먹히는 시간들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

내 곁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눈물겨워지는 것은

난해한 바다 속의 풍경으로 인함일까

형광색으로 빛나는 삭신을 들켜 쥐고

돛을 편 형상의 지느러미에 숨은

찰진 속살에 반해버린다.

어디를 가나 상어 떼는 있고

내 손엔 펄떡이는 상어들이 살아있다.

상어들은 모래사장도 밤바다도 환하게 밝히지만

삭아가는 정신의 근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김정기 20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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