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최양숙
봄밤에 점자를 읽는다
불을 밝히면 잠이 달아날까
벽을 더듬는다
일상에는 보이지 않던 것
손으로 형체를 그린다
숨기고 있던 요철이
몸으로 다가온다
의미를 몰랐던 것이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 둘러싸고
거기에 있었지
쉼 없이 시신경에 얹히던
사물이 내게 안긴다
불면은 지나가는 계절의
어리광 같은 것
어둠 속에서 점자를 읽는
맨발이 차다
내일 태어날 의미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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