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유기농 / 송 진

서 량 2013. 2. 14. 00:47


유기농

 

                                송 진

 

 

관광버스가 피워 올리는 먼지는 바람에 밀려 

길 뒤편 새우의 납작한 집에 불꽃처럼 떨어진다

담장 위에 널려 희롱 당한 빨래들 속으로                                   

열기에 찌든 코코넛 냄새가 스며들고 

폐차의 유리창에 휘갈긴 낙서가 음란스러운지 

야자수 그늘이 가려준다  

해거름 녘 리조트 일을 마친 왕새우는 

데킬라 한 잔에 하루 치 원죄를 풀어 삼킨 후

집 속으로 가라앉기 전

텃밭에 시원하게 방뇨한다

길 아래 편엔, 시퍼런 바다를 향해 각자의 명당에 버티고 선

해풍의 정기를 태양열로 도배한 고래등이

새벽기도의 방언처럼 차갑다

자기 몸을 불사르며 항거하는 티베트 승려들.                              

육중한 철책 속에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고행하는 고래들.             

포유동물 사치의 최후의 해독제인 양

올가닉 채소를 탐닉한다

이따금 지릿한 향이 독특하다고 풍만한 미소를 짓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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