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봄밤 / 최양숙

서 량 2013. 3. 28. 10:03


봄밤


                       최양숙



봄밤에 점자를 읽는다

불을 밝히면 잠이 달아날까

벽을 더듬는다

 

일상에는 보이지 않던 것

손으로 형체를 그린다

 

숨기고 있던 요철이

몸으로 다가온다

의미를 몰랐던 것이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 둘러싸고

거기에 있었지

쉼 없이 시신경에 얹히던

사물이 내게 안긴다

 

불면은 지나가는 계절의

어리광 같은 것

어둠 속에서 점자를 읽는

맨발이 차다

내일 태어날 의미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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