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위험한 겨울 / 송 진

서 량 2012. 3. 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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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겨울

 

                               송 진

 

 

외투도 없이 허드슨 강가에 나와 겨울을 바라본다     

            1월인데 얼지도 못하고 주름만 접었다 폈다하는 강물

            마주 보이는 맨해튼은 한 폭의 묵화로 서서

            한사코 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그 완강한 품 속으로 헬리콥터 하나

            비명을 지르며 파고든다

 

그때 우리는 안으로 안으로만 맺히는 핏망울을

            핥아주고 어루만지며 서로를 확인했었지

            그리고 비겁하나마 안심하며 여러 생을 살아버렸지

            마개를 딴 사이다병 위로 용솟음치는 거품

            향기품은 독은 낯선 언어를 차단하며 타자를 묵살하였고

 

            마음은 어쩐지 사금파리 위를 맨발로 걷는 죄인처럼

            성 밖으로 향하는 길을 주시하다가

            결국은 탈출하고 말았는데

            바깥에는 해골들이 데글데글 굴러다녔지

            너무 흔해서 앨러지 반응마저 무뎌지는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사진 속의 것은 이미 죽은 것

            미래는 돌이킬 수없는 하이웨이의 종점

            모서리가 풍화되어 삭을수록 삶에 대한 물음은 잦아들었지

            입구이자 출구인 터널의 양 끝은 상통할 거라는 믿음 외에는

 

            고미카와 준페이*의 만주벌판에는

            아직도 영혼마저 삼켜버릴 눈이 퍼붓고 있을까

 

            세포분열인지 수가 늘어난 잠자리들이

            기어이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려는 듯 안간힘 쓰며

            풍경을 흔든다

 

*소설 ‘인간의 조건’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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