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여자의 계절 / 임의숙

서 량 2012. 3. 6. 00:47

 

여자의 계절

 

                        임의숙

 

 

겨울의 각질로 돋아난 새치들

구름 샴푸를 풀어 새의 발자국을 지웁니다

입술이 닿은 흙, 살갗이 보드랍게 터져

수선화를 깨웠습니다

봄 비 내리는 날

머리를 감는 저 나무는

곧 파마를 한다는데요

당신 생각은 어떠한지요?

가지마다 달팽이 겨드랑이

마디 마디 굵은 힘줄이 굽었습니다

간지럼 기차가 다섯 바퀴로 지나고

바람에 따라온 별이 안개 속에서도

빛으로 잠을 자던 곳

목선에 친 도랑 하나를 넘고 둘을 넘어

버들강아지 모여 놀던 강가

매 맞던 아이는 훌쩍 커버렸습니다

언덕 골반의 언저리에는

소녀의 삼각팬티, 노랗게 피어나던 자리

아직 민들레 홀씨 묻혀 있겠습니다

봄비 내리는 날

곧 꽃이 핀다는데요

분홍립스틱 하나 선물하시겠어요?

여자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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