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김 화백의 주말 / 조성자

서 량 2012. 2. 17. 11:40

 김 화백의 주말


                            조성자

 

주말 장터는 날개 젖은 새들의 군락지

퇴행성 시간을 싣고 와 그도 좌판 벌린다

얼굴색 다른 사람들이 글자판의 자음과 모음 같이

마주 서서 독수리 타법으로 흥정을 하다

긴 부리를 맞대고 내력을 묻는 곳

방광이 불어나도 오줌을 참아야 하는 야외장터

누군가 오래 쓰다 버린 컬러판 희망 위로 철새들 바글대고

신제품인 언약이 아코디언처럼 구성지게 접혔다 펴지는데

햇살의 줌 렌즈는 날개 아래 깃든 물기의 농도를 연속으로 찍어댄다

가죽 띠를 맨 서부에서 온 총잡이는 전성기의 한 때를 잊지 못해

쌍권총을 총집에서 뺏다 넣었다 잔꾀를 부린다

서로의 입 냄새 확확 풍기며 각진 생의 모서리를 다듬는 이들이

정오처럼 불끈 솟아 기지개 켜는 곳


산하의 이목구비에 맘 온통 뺏긴 그는 

장이 서는 곳을 찾아 수십 마일을 달려가다가

눈 맞는 곳 있으면 어디든 멈춰 서서

구애를 하는 대책 없는 인사인데

치타의 속도로 급습하는 회오리에 좌초 여러 번

불멸을 겨냥해 던지는 작살은 고래는 스치고 강물만

멍들이지만 주중에는 이삿짐을 나르고 꽃을 배달하기도 하는

제자리 돌기를 하면서도 화가임을 잊지 않는다


맹세 기피증상의 그의 아내

도시락을 꺼내 한 입 먹다

허기져 있던 몽상을 도려내 볕 아래 펼친다

미래란 봉인된 불빛이어서

낙오된 자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던가

번번이 자해를 하려드는 오늘

그 등허리를 후려치는 당장의 분투는

그에게도 그의 아내에게도

가파른 임시방편이지만 그

유일한 자구책으로 그는 늘 화가다


한 마리 새가 좌판 위에서 파닥거린다

 

 

--현대시학 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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