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기다리는 모정 / 윤영지

서 량 2012. 2. 17. 07:34

 

기다리는 모정

 

                            윤영지

 

 

겨울의 끝 바람이 마른 나뭇가지를 훑고 들어와

마음 한 켠에 휑하니 굴렁쇠를 굴린다

덜컹거릴 때마다 흠칫 놀라는 새가슴

안쓰러움이 밀려들어와 여울을 만들고

 

굳이 안 해도 될 허드렛 일 붙들고 씨름하다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벌써 세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허기진 열기만큼이나 혹독한 겨울 산간

스물 네 시간 곤두서는 말초신경

추위가 풀리면 터번 둘러 썬 탈레반은 또

광기 어린 싸움의 시작을 선포한다지

 

흙 알갱이 뚫고 나오던 알뿌리 싹들이

겨울 비에 움찔, 바들거리며 떨고 있네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

 

얼음 비에 떨고 있는 새 순에서

연단되고 있는 너의 소망을 본다

땅 속에서 열심히 박동치는

너의 젊음을 듣는다.

 

201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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