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방관 / 송 진

서 량 2012. 1. 28. 04:23

 

방관

 

                                 송 진

 

 

Punta Cana Hard Rock 리조트

비틀즈 이글스 마돈나가 아직도 승천하지 못하고

교주로 군림하는 곳

열성 신도들이 봉분 같은 알몸뚱이를 태양을 향해 누인 채

명상에 몰입 중이다

꽃밭 속에 웅크리고 앉아 맨손으로 잡초를 뜯던 마틸다는

핸드폰 벨소리에 움칠 놀란다

엄마아, 글쎄, 그 자식이, 애는

요란한 금속성 반주에 가려 뒷말을 놓친다

내일을 왜 생각해! 저 태양 속으로 걸어만 가면 그만인 거얼!

 

연못의 수초 위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그 곁 물가에 두루미 한 마리가 조각처럼 서서 그들을 응시하고 있다 몇 놈이 무리에서 벗어나 물가를 어슬렁거리나 싶더니 전광석화, 어느새 한 놈이 긴 부리에 십자로 꽂혀 파닥거리다 긴 목을 타고 몸통 속으로 빨려든다

 

그 먼 길을 달려와, 자살특공대처럼

게거품을 물고 일시에 무너지는 파도는

계속 몰려드는 후속부대에 깔려

여운도 남기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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