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능소화
송 진
바람도 새도 스님도 모르게
피멍든 손끝으로 모질고 무심한 암벽을 한땀 한땀 밀어내는
악착스럽고 부단한 집념
무엇이 저 덩굴의 필사적인 탈출을 부추기는 건가
초록마저 풀 죽이는 불볕 속
솟구쳐 흩어지며 정적을 가르는 새떼의 모반은
그 배후가 늘 은폐되고
가녀린 빗줄기에도 상처 투성이가 되어 신음하는
망막한 호수의 은밀한 내막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영원이라는 미궁을 맴도는데
끝내 암흑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절망의 숙명적 반란
암벽에 찢긴 온 몸의 상처가 더위에 짓물러
피고름이 흘러 나오기 시작하는 오뉴월이 되면
사람들은 떼로 몰려와 광분하네
절벽 가득히 수직으로 낙하하는 연등을 향하여
*전북 진안에 있는 바위산. 말의 두 귀를 닮은 두 개의 암봉이 우뚝 솟아 있으며
80여 개의 돌무더기로 된 석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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