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겨울새의 언어 / 최양숙

서 량 2012. 1. 18. 11:25

 

겨울새의 언어

 

                     최양숙

 

 

지난 계절

이른 새벽의 햇살을 변주하던

새들의 사랑은

생수가 흐르는 강물처럼

하루를 풀어놓았었지

 

지금은 어디에서

침묵의 둥지를 틀고 있을까

잎을 벗어놓은 겨울나무 끝

마른 열매처럼 매달린

둥지는 색깔을 잃고

온기를 나누어줄 이는

자신의 체온뿐인

 

그래도

이 계절의 냉기를 이겨내는

사랑은 깃털 안에서 보듬어져

생의 열정

위로와 희망은

봄의 뜨거운 산란을 기다린다.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관 / 송 진  (0) 2012.01.28
소가죽 구두 / 황재광  (0) 2012.01.18
벽난로 / 임의숙   (0) 2012.01.13
마이산 능소화 / 송 진  (0) 2012.01.04
베갯잇에 사는 달팽이 / 임의숙  (0) 201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