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도시
송 진
최신 호텔방 가구들 위에 첫눈처럼 내려앉은 먼지들
배탈 난 하수도는 위로만 토하건만
작업지도원에서 매니저로 명패만 바뀐 텅 빈 책상 앞에는
비만형 중년 남자가 무료한 시선을 달래고 있다
낡은 황색 유니폼의 패잔병 같은 인력거꾼들의 틈새를
검은 벤츠 600 하나 사나운 경적을 휘두르며 미끄러진다
갈대처럼 무너지는 파도
북적대는 발맛사지 업소
함박웃음을 비눗물방울처럼 날리며
관광객들의 발가락 사이를 주무르는
10대 소녀들의 여린 손길이 바쁘다
장딴지를 쓸어내리고 허벅지를 문질러대며
얼굴 없는 죄인들이 떠도는 거리
인민의 적은 결국 인민일 수 밖에 없는
천안문 광장을 굽어보는 모택동의 온화한 모습
아마도 치매에 드셨나보다
어찌 저리도 평안하실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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