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오늘 같은 날에는 / 황재광

서 량 2011. 11. 23. 14:49

 

오늘 같은 날에는

           

                                  황재광

    

 

몇달 전 고물 자동차 팔아 넘기고

요즘은 학교로 집으로 걸어 다닌다

몸무게가 4킬로 그램 빠지니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보도 위에 누워있는 은행 나무 이파리 녀석들

꾹꾹 밟고 지나는 재미

 

            아침엔 빗방울 내리다 그치고 

아스팔트는 짙은 감청색으로 젖어

목에 감긴 코발트 빛 머플러의 감촉이 포근하다

검정과 흰 물감을 잘 섞어놓은 회색 빛 하늘 켄버스

오늘 바깥 세상의 색감이 총체적으로 좋다

 

            이제 부터는 걸어가야지

달음박질은 오늘 부터 끝이다

엄청난 깨닳음

 

모든 일이 잘 될 것같다.

멀리 갈 수 있겠다

이 보폭으로

이 마음을 품고 걸어간다면

 

            걸어서 가는 길은 멀고도 재미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먼 길이 좋아지는

오늘 같은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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