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고 싶다
임의숙
나뭇잎 하늘에 띄우지 못하는 날
바람개비는 발 밑에서 맴 돈다
긴 여름 밟았던 진흙의 발가락들 굳어
떨어지는 새들의 발자국
움켜쥐었던 욕심, 감촉이 둥글다
둥글게 모여 든 구름이불 속, 11월은
깃털을 단 한 장의 억새 시트
나무 뿌리에 일렁이던 달빛을 끌어 모아
구를 수 있는 모든 갈색의 소리를 품고 싶다
누군가의 발소리를 무작정 따라가다가
만나는 빛 바랜 건널목
맹렬했던 소나무의 푸른 편견도
당신이 점치던 사랑의 파산도
사각 사각 사각 외로움을 앓는다
나뭇가지, 손가락마다 걸렸던 사랑
그 뼈마디 딱딱한 질감을 안고
잠이 들고 싶다
가난한 침대에 회색 안대를 덮고.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같은 날에는 / 황재광 (0) | 2011.11.23 |
---|---|
가을 폭설 / 조성자 (0) | 2011.11.21 |
화단은 묵상 중 / 최양숙 (0) | 2011.11.04 |
낙엽 추종 / 황재광 (0) | 2011.10.27 |
칸다하르에서 온 전화 / 윤영지 (0) | 2011.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