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잠이 들고 싶다 / 임의숙

서 량 2011. 11. 16. 03:38

 

잠이 들고 싶다

 

                           임의숙

 

 

나뭇잎 하늘에 띄우지 못하는 날

바람개비는 발 밑에서 맴 돈다

긴 여름 밟았던 진흙의 발가락들 굳어

떨어지는 새들의 발자국

움켜쥐었던 욕심, 감촉이 둥글다

둥글게 모여 든 구름이불 속, 11월은

깃털을 단 한 장의 억새 시트

나무 뿌리에 일렁이던 달빛을 끌어 모아

구를 수 있는 모든 갈색의 소리를 품고 싶다

누군가의 발소리를 무작정 따라가다가

만나는 빛 바랜 건널목

맹렬했던 소나무의 푸른 편견도

당신이 점치던 사랑의 파산도

사각 사각 사각 외로움을 앓는다

나뭇가지, 손가락마다 걸렸던 사랑

그 뼈마디 딱딱한 질감을 안고

잠이 들고 싶다

가난한 침대에 회색 안대를 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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