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역반응*

서 량 2011. 8. 15. 20:02
 

당신이 웃을 때 내 뇌가 울리도록 크게 웃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꾀꼬리거나 접동새거나 천둥 벼락 같은 목청으로 와지끈 소리쳐 울어도 괜찮다는 느낌. 작년 여름이 기울 때만 해도 그랬지. 온갖 요정들이 기생잠자리 같은 투명한 날개를 반짝이며 쏘다니는 원시의 숲이 어느 아침 감쪽같이 사라졌을 때 당신은 평시와 다름 없이 신문만 읽으며 앉아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공포에 질린 고함이라도 질렀어야 했다고?

 

소문에 따르면 이름을 발음하기가 되게 힘 드는 새로운 신이 로마신화에 얼마 전 등장해서 분명찮은 이유로 세상에 있는 숲이란 숲은 다 싹쓸이를 해버렸다고 하던데. 그는 본명보다 바람신이라는 아이디로 더 잘 알려져 있고 게다가 일진광풍을 일으키는 특수기술을 가졌대. 앞뒤가 안 맞는 짓을 해 놓고 무작정 큰 소리로 웃을 때마다 방문통계가 쑥쑥 올라갔대요. 당신이나 나나 기왕 웃었다 소리를 들을라치면 상대방 등골이 전후 좌우로 흔들리도록 크게 웃을 수록 더 좋다는 생각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추호도 변함이 없다.

 

 

© 서 량 201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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