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뭇가지 사이로

서 량 2011. 7. 22. 20:06

 

치즈 냄새 풍기는

피자 모양으로 먹기 좋게

해를 쪼가리 내는 장본인은

단지 내게 가까이 있다는 강력한

이유로 버티는

나무다 우뚝 선 나무

해를 구획하는 나뭇가지가 내 망막에

폭삭 담긴다

해를 먹어야겠다 그러나

나 해를 가까이 할 수 없다 구름아

어서어서 해를 가려다오 나야

참 미미한 존재, 해를 접하기에는

키도 용모도 근력도 상상의 한계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지

낮 기온이 화씨 100도를 웃돌 것이라 예상되는 아침에

어리둥절한 해도 칼 같은 나뭇가지도 나도

상호 무관하게 경건히 기립한다

 

 

© 서 량 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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