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빛이 없는 자리***

서 량 2011. 8. 31. 19:57

 

빛이

함몰한 자리에 가 보았다

맨눈에 와 닿는 전기현상이며

오묘한 자력이 펄펄 뛰었던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었다

 

얼마 전 빛은

당신 푹 꺼진 눈이나 반듯한 이마는 물론

네 귀가 번쩍 들린 조선시대 기와집 지붕 같은

날갯죽지 뼈를 집적대며 들썩이며

진실처럼 날뛰던 폭풍이었다

 

빛이 땅 속으로 슬쩍 스며들어

습기처럼 사라졌다는 소문을 들었다

빛을 그리워할 이유조차

말끔히 자취를 감춘

쓸쓸하고 화려한

적요가 좋았다

 

 

©서 량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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