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기와집
김종란
어머니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짓고 허무셨던
상상의 기와집엔
봄볕이 화사했는지
반지르한 흰털안에 검은 눈 숨어 반짝이던 매리
기뻐 소리치듯 목청껏 짖으며
왁자지껄한 사람 소리에 꼬리를 힘껏 흔들었는지
추운 바람 맞고 있던 먼 피붙이들
따스한 안방 보료 밑에 두 손 집어 넣으며
살아온 지혜로 그려 주시는 청사진에
이젠 마음이 놓여 삭풍 이길 어깨를 다시 펴 보았는지
바람보다 잽싸게 묵은 된장 독을 여시고 마련하신
세월 곰삭은 따뜻한 점심, 넌지시 전해주시는 마음에
아린 눈을 껌벅였겠지
허리를 펴시며
흰구름 한가로이 머무는 목단 꽃밭 옆에서
꽃자주빛 향기로운 생각에 빠지셨는지
빈방에서
꼼짝할 수 없이 누우셔서
해그림자 따라 고개 돌리시다가
짓고 허물고 다시 짓던 그 기와집엔
팔삭둥이 같은 내가 머물며 끝없는 보살핌을 받았겠지
이젠 여쭤 볼 수 없는 그리운 집
© 김종란 20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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