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흰 종이 문 / 김종란

서 량 2022. 12. 23. 18:51

 

흰 종이

 

                     김종란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와서 그리는 풍경화

그 뒷면의 문 

하나의 지문으로 문은 만들어져

하나의 지도를 따라 나가

돌아와서 다시 확인하는

흰 종이 문

어둠이 빛을 바라보다

물든다

신의 손을 잡고

부활절 달걀을 물 들이며

물이 든다

이무로이

먹성이 강한 물소를 몰며

나락으로 떨어지길 즐기는 짐승

낡은 셔츠처럼 부욱 찢어져 눈 앞을 가로막다

하얗게 빛나는 뼈무덤은 어느새 초록으로 빛나는 숲을 바라본다

계절의 뒤편 문을 밀면

신이 자비로이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 김종란 20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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