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김정기
숲은 새벽의 기미로 달콤하다
술렁이며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어울려 여름을 만든다.
쓰르라미가 자지러지는 청춘의 손짓을
그때 그 순간을 잡지 못한 숲은 기우뚱거린다.
감춘 것 없이 다 들어낸 알몸으로
땡볕에 땀 흘리며 서있는 나무들에게서 만져지는 슬픔
절단해버린 발자국을 수 없이 되살리며
그들의 반짝임에 덩달아 뜨거움을 비벼 넣는다.
올해 팔월도 속절없이 심한 추위를 타는데
매일 시간은 새것 아닌가.
내 안에 충동은 오늘도 못 가본 곳을 살피지 않는가.
뒤 돌아보며 챙기지 못한 것 숨결 안에 가두고
오랜 비바람에 시달린 나무들의 얼굴은 상쾌하고 환하다
그들의 표정은 언제 보아도 편하다
더구나 나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웨스트체스터*의 여름 숲은.
*뉴욕 북부
© 김정기 201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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