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지구의 물 / 김정기

서 량 2022. 12. 20. 18:35

 

지구의 물

 

    김정기 



당신의 하늘에

남보라에 잉크를 풀었다

허리춤이 살아나는 관능의 물이

호머*의 포도주가 되어 지중해를 채웠고

물가루가 당신의 멋에 분해되어 몸속으로 스며들 때

어려운 색깔이 숨죽이며 번져

당신은 한 방울 유쾌한 뉴욕의 물.

마음속에 숨어있던 파인 구멍을 가볍게 덮어주는 달빛

온기를 잃지 말라고, 물의 씨를 말리지 말라고,

옥구슬이 되어 분만 되는 물방울은 여자에 엮이어

땅으로, 흙으로

스며든다. 스며든다.

 

*19세기 미국화가

 

© 김정기 2010.07.27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은 여름 / 김정기  (0) 2022.12.21
숲 / 김정기  (0) 2022.12.21
몸 안에 진주 / 김정기  (0) 2022.12.20
노란 나리꽃 / 김정기  (0) 2022.12.19
은빛 꽃 / 김정기  (0) 202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