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노란 나리꽃 / 김정기

서 량 2022. 12. 19. 19:30

 

노란 나리꽃

 

         김정기 

 

조간신문을 집으러 돌계단을 오른다.

칠월 아침 건너 집 현관 앞에

노란 나리꽃 무리져 피어 있다.

 

길고 긴 여름날 허리 잘라

숱 많은 숲 지나와서

엊저녁 읽은 책 한권 그 글자들과 섞여

노란 나리꽃이 비를 맞는다.

 

떨어진 꽃잎에 스며든 말소리

그 만남이 끈을 풀고 서로 이야기한다.

넘치는 기사를 훑어보고

허풍 떤 활자를 집어낸다.

 

나리꽃의 새 봉오리가 연노랑이었다가

떨어질 즈음엔 짙어지는 것이

이제야 내 눈에 선명히 띄는 오류들인가.

귀처럼 순해져야 하는 눈썰미인데.

 

© 김정기 201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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