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물의 고요 / 김정기

서 량 2022. 12. 22. 19:20

 

물의 고요

 

                               김정기 

 

소용돌이 물살 나뭇잎을 탄다.

북녘 어디에선가 떠돌이로 왔다는 그는

돌고 도는 세상이 어지러워서

반대로 반 바퀴 돌아 땅을 잃었다

땅의 물은 모두 산으로 올라가

둥근 원을 그으며 말없는 걸어 내려오고

밤잠은 어디서 자는지

누구는 짚북데기 속에서 

떡갈나무 밑에서 보았다고 했다

호숫가에 갈대들이 찬바람에 흩날리던 날

그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더란다.

한 다발 꽃을 피워내려고

검은 두루마기 껍질을 연못가에 벗어 놓고.

 

© 김정기 201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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