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몸 안에 진주 / 김정기

서 량 2022. 12. 20. 18:28

 

몸 안에 진주

 

          김정기 

 

몸 안에서 뜨거운 진주

서 말쯤 쏟아내고

박물관 앞뜰에 혼자 앉아서

낯선 하늘을 본다.

 

그물망 친 손마디에

바람 가락지 끼고

끓어오르는 것들을 집는다.

 

“나는 괜찮아!”라는

마지막 말을 이마에 새기고

아직도 내 안에 있는

새로운 새벽을 기다리며

쉬어 가려고 손을 편다

 

몸 안에 진주가 잉태되어

다시 서 말이 될 때

황홀한 분만을 기다리면서

끝없이 타 올라

당신의 손을 잡으러

가만 가만히 일어서리.

 

© 김정기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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