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유월 꽃 / 김정기

서 량 2022. 12. 17. 18:53

 

유월 꽃

 

               김정기 

 

이해의 반이 지나간다고

꽃들은 아우성을 치는데

남의 연수 같이 낯선 오뉴월 볕

 

시간을 가로질러 온

울타리에 흰 꽃나무

눈송이 같은 꽃을 이고

소나기라도 지나는 날이면

나보다 먼저 몸 져 눕는 다

 

유월의 일기장 모서리가

흰 꽃잎에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칠월도 팔월도 있고

담에 기댄 장미도 울음 반 웃음 반 

오후의 바람이 햇살 한 입

베어 물고 달리는데

어쩌란 말인가

또 다시 유월에 피는 꽃들마저

지고 있다니 다시 떠나간다니

이해도 조금씩 삭아가고 있다니

 

© 김정기 2010.06.18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성의 물 / 김정기  (0) 2022.12.18
홍보석 / 김정기  (0) 2022.12.18
숨은 새 / 김정기  (0) 2022.12.17
그해, 서울의 봄 / 김정기  (0) 2022.12.16
해녀 / 김정기  (0) 202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