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꽃
김정기
이해의 반이 지나간다고
꽃들은 아우성을 치는데
남의 연수 같이 낯선 오뉴월 볕
시간을 가로질러 온
울타리에 흰 꽃나무
눈송이 같은 꽃을 이고
소나기라도 지나는 날이면
나보다 먼저 몸 져 눕는 다
유월의 일기장 모서리가
흰 꽃잎에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칠월도 팔월도 있고
담에 기댄 장미도 울음 반 웃음 반
오후의 바람이 햇살 한 입
베어 물고 달리는데
어쩌란 말인가
또 다시 유월에 피는 꽃들마저
지고 있다니 다시 떠나간다니
이해도 조금씩 삭아가고 있다니
© 김정기 201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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