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그해, 서울의 봄 / 김정기

서 량 2022. 12. 16. 19:18

 

그해, 서울의 봄

 

      김정기

 

오월이 지나간다.

잔인한 달이었던가.

그해 서울의 봄은 모든 결박을 풀었건만

유리창이 깨졌다

철통 같은 중앙정보부 유리벽

핏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부서졌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빛나던 총구에 녹이 슬어있다.

그 어깨에 별이 떨어졌다

그래도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그 명령의 쇳소리는 이제

다시 우는 새가 되었다.

 

플러싱 어느 모퉁이에서 우리는

모여서 쓸쓸히 촛불을 밝히고

다시 우는 새가 되었다.

이번 오월에도.

 

© 김정기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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