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다이어트
조성자
우리들의 식탁은 별미로 가득했지
막 끓여낸 믿음
식초를 넣고 버무린 사랑
며칠 전 먹다 남은 소망
우리들의 식욕은 겁 없이 그릇을 비워냈지
과식이 용납되기도 하는 잠깐의 시절은 있어
보글보글 끓고있는 믿음의 그릇 위에
깃대를 꼽고 기치를 내 걸기도 했고
소망은 접시 가장자리에 말라붙고도 곧잘
훗날을 밝혀주기도 했지
사랑은 그때나 이때나 다루기에 까다로운 메뉴
설 버무리면 풋내가 나고
너무 오래 주무르다보면
제 맛이 사라지곤 했지
그 시절보다 더 별스러워진 식탁
입맛 다시며 우리들은 오랜만에 모여앉았네
핏대를 세우며 토해내는 맛을 향한
안목 높아진 평가 그러나,
믿음에도 사랑에도 소망에도
수저를 대지 않더군
다이어트중이라고 하면서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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