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무 頌
김정기
뒤 안에 측백나무 쓰러지던 밤
24년을 버려진 채 혼자 크고 늙어
마른버짐, 목마름도 몰랐었네.
진초록의 목쉰 노래도 못 들었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찰랑찰랑 봄볕이고 흰 다리 들어내
안겨왔었지.
젊은 가지에 바람이 들면 머리카락 휘날리며
그늘을 드리웠지
꽃밭을 일구고 푸성귀를 심으면서
거기 취해서 너를 잃어버렸어
그래도 말없이 엮은 한 생을
속뼈 드러내고 꺾고 말았지
이제야 폭풍을 안아보려던 그 몸부림을 알았네
밤이면 홀로 맞던 찬 서리를.
그날 크게 소리 지르며 쓰러진 주검위에
찬 눈물 한 방울 덮어 보내주마.
© 김정기 201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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